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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끄적

동화 창작 8살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 개굴바라기

by 3분뷰티랩 2021.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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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밤새 안녕하셨나요? 해냥이가 오늘은 '개굴바라기'라는 동화 창작품을 들고 왔어요. 요근래 들어 제 마음 한 켠에 잠자코 있던 이야기꾼이 엉덩이를 들썩이는 바람에 손가락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겠더라구요. 뭐라도 써야 직성이 풀릴 거 같아서 책 '글쓰기 좋은 질문 642'를 이리저리 넘겨봤어요.

 

 

책 '글쓰기 좋은 질문 642'

 

 396. 독재자 한 명을 선택하라. 음식 소화시키기, 잠자기, 칫솔질처럼 지극히 평범한 일들을 중심으로 그 독재자의 아침 혹은 하루 일과를 상상해서 써보라.

 

397. 내가 사랑했지만, 날 사랑해주지 않는 사람

 

398. 지금까지 보았던 최악의 영화 줄거리를 고쳐보라. 

 

질문을 찬찬히 보는데 이야기꾼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 책장을 넘겼어요. 

 

 

 

 

531. 당신이 여덟 살이라고 상상해보라. 자신에게 무슨 얘길 해주겠는가? 

532. 당신이 여든 살이라고 상상해보라. 자신에게 무슨 얘길 해주겠는가? 

533. 당신이 기억하는 가장 끔찍한 악몽은 무엇인가? 

534. 화장실 벽에 쓸 낙서를 써라. 

 


위 4가지 질문들 중, '여덟 살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란 531번 퀘스천을 보는 순간 제 안에서 강렬한 신호가 느껴졌어요.

여러분들은 여덟 살 때 어떤 꼬마셨나요? 저는 왈가닥 꼬마였어요. 제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께서 치킨호프 가게를 운영하셨는데 (영업시간 중) 가게 테이블에 올라가 춤을 추기도 하고, 부모님과 함께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가 사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바닥에 드러누워 사달라고 떼를 쓰곤 했어요.. 아마 오은영 박사님도 8살 해냥이를 보셨으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셨을 거예요.

무튼 그런 저에게 "부모님 말을 잘 들어야한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는 등의 말을 해봤자 소귀에 경읽는 꼴이 될테니 재밌는 동화 창작품이나 들려주는게 더 낫겠더라구요. 그럼 지금 바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개굴바라기


어느 한적한 시골마을에 꿈과 열정이 가득한 한 소년이 살고 있었어요. 소년은 공부가 잘 안되는 날이면 집 근처 연못가에 앉아 머리를 식혔어요. 그 연못엔 사람 말을 알아들을 줄 아는 특별한 개굴이 살고 있었죠. 잔잔한 하루하루에 무료함을 느끼고 있던 소년과 개굴은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일상에 스며들게 됐어요.

 

개굴은 소년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소년을 좋아하는 마음도 덩달아 커지는 것을 느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개굴에게 "난 곧 이곳을 떠나서 도시로 나갈 거야. 내 꿈을 펼치기에 이곳은 너무 좁아. 더 이상 우물 안 개구리처럼 지낼 수 없어. 아쉽지만 우린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 될 거 같아."라고 말했어요. 

 

소년의 말을 들은 개굴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아 연못으로 퐁당 뛰어들었어요. 그렇게 며칠 후, 개굴은 어쩌면 소년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밤낮으로 개굴개굴 울며 기다렸어요. 하지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소년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어요. 개굴은 결국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고 말았어요. 

 

개굴이 죽은 자리에는 꽃 한 송이가 피어났는데 그 꽃의 이름은 해바라기였어요. 시간이 흐른 후, 숲속의 요정이 개굴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해바라기에 마법을 부렸어요. 그 순간 오로라가 꽃을 감싸안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이 있던 자리에 어여쁜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착한 요정 덕분에 개굴이 꽃에서 소녀로 환생을 하게 된 거죠.

 

 

 

 

 

요정은 새롭게 태어난 개굴에게 해냥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지어주었고 소년을 꼭 다시 만나길 바란다며 축복의 말을 전해 주었어요. 개굴은 요정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그녀가 해바라기로 지내는 동안에 한 가지 알게 된 것을 요정에게 말했어요.

"소년을 다시 만날 수 없을지라도 난 이제 괜찮아요. 제 마음 속에 사랑하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큰 기쁨을 느끼고 있어요." 이에 요정은 다소 놀란 표정을 지으며 "그게 정말이니?"라고 되물었어요. 

 

이에 개굴은 답했어요. "네, 그럼요. 저는 해바라기(sunflower)로 지내는 동안에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어린 줄기를 성장시키고 꽃가루를 가지러 온 곤충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많은 행복감을 느꼈어요. 많은 사람들이 해바라기의 일생은 일편단심 늘 해를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이 되고 끝이 나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제 마음은 늘 소년을 향해 있었지만 저는 제 스스로 행복할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개굴의 이야기를 들은 요정은 개굴이 멋진 소녀로 환생했음에 행복한 기분을 느꼈고 개굴과 작별 인사를 나누었어요.

해냥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로 새롭게 태어난 개굴은 언젠가 소년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소망을 품고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여러분,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실제로 sunflower은 빛에 반응하는 유전자를 지니고 있어 늘상 태양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데요. 사실 sunflower가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건 다 자기 성장과 번식을 해 나가기 위해 광합성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에요.

많은 분들이 해바라기가 태양이 좋아서 쫓아다닌다고 알고 계시지만 sunflower는 그저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육하고 번성하고 있었던 거죠~
지고지순한 사랑을 비유할 때 쓰이는 sunflower는 알고 보면 대단한 전략가! 혹시 충격 받으신 분들 안계시죠?


여기까지 여덟 살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해냥이표 동화 창작품이었구요. 다음에 또 재미난 이야기 들고 나타나도록 할게요. 열화와 같은 박수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나오는 그날까지 계속 끄적거려볼 생각이니까 관심 조금만 가져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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